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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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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책)주택가 둘러싼 도심공원서 ‘힐링’

창원시 성산구에 사림동과 반림동, 반송동과 용호동 주택단지들로 둘러싸인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다. 해발 130미터의 높이여서 ‘산’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냥 구릉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산 이름 없이 그냥 ‘반송공원’이다. 60만 제곱미터가 넘는 넓이인데, 사방 둘레에 아파트 등의 주택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도심산책)20150421창원반송공원지도

게다가 공원 내에 족구장을 비롯한 지압보도, 편백림 쉼터, 체육시설, 식수대, 화장실, 압축공기 분무기 등의 각종 편의시설이 있고 소나무, 편백나무 등 피톤치드를 발생하는 침엽수 뿐만 아니라 밤나무 참나무 등 활엽수와 영산홍, 치자나무, 꽃댕강나무, 녹차나무 등도 산책로 주변에 식재되어 있어, 특히 이 봄날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의 기분을 돋우는 듯하다.

이 공원은 도심에 있는 낮은 구릉이라 그런지 산책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 그렇다고 평지를 걷는 것처럼 간단하지도 않다. 등산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낄만큼 오르막도 있고 또 그만큼 내리막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 반송동 쪽 사람들이 많이 찾긴 하지만 사림동 쪽에서도 산책로를 찾아 숲길로 들어서는 주민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사흘간 비가 땅을 적시고 난 뒤의 화창한 어느날 오전 사림민원센터 버스정류소 옆에 있는 공원 산책로로 들어섰다.

산책로 입구 앞에는 창원천이 흐른다. 이 창원천 수변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도 제법 있다. 입구 체육시설에는 어르신들이 몸을 풀고 있다. 공원 진입로에 접어들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바깥 세상과는 사뭇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우거진 숲, 낙엽 가득한 흙길이 등산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도심산책)20150422반송공원1_공원입구반송공원 입구.

조금 걸어들어가면 경사진 길에 흙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통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쪽으로 걸어오르는 산책객은 별로 없다. 대부분 계단 옆길을 이용해 경사진 길을 오른다. 길은 꼭 깊은 산속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느낌이 득게 한다.

입구에서 5분도 채 걸어 들어가지 않아 반송공원의 이 구릉이 얼마나 침식과 풍화에 노출됐는지 발견하게 된다. 크게 골이 생기고 능선이 형성된 지형이 아니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옆으로 보면 열 걸음 옆에 또 다른 능선길이 있다. 골짜기를 다라 걸어갈 수도 있다. 그야말로 큰 산의 축소판이다.

10분 쯤 걸었을 때 상당히 가파른 길을 만나고 이 길을 올라서면 건강길의 종점을 만난다. 건강길은 럭키반림아파트 뒤에서 현대아이파크 뒤편까지 이어지는 1.2킬로미터의 포장된 산책길이다.

방향을 정상으로 잡았다. 먼저 정상으로 갔다가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건강길로 해서 한바퀴 돌아보는 코스다. 건강길 종점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이 지점에 편백나무가 무성하다. 북쪽 계곡으로 편백나무들이 날씬하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다.
(도심산책)20150422반송공원2_편백숲쉼터편백나무쉼터.

이곳에 이정표가 있다. 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남쪽 방향은 반림현대아파트로 향하고 서쪽은 반송공원 정상, 북쪽은 퇴촌삼거리, 그리고 동족은 용호동 주택지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정표 꼭지에 빨간 테두리를 한 시계가 장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시계는 5시 45분을 가리킨 채 거동이 없다. 이곳에 들어선 이상 시간을 잊으라는 메시지일까.

이곳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심하게 경사진 길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또 계단에는 밧줄이 난간처럼 이어져 있어 잡고 오를 수도 있다. 평지를 걷다가 오르막을 걷다가 하다보면 금세 정상에 다다르는데, 정상에 가까워진 곳에 대숲이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댓잎들이 요란하게 떠드는 듯하다.

정상은 북쪽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반 개활지다. 정병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봉림동, 봉곡동, 지귀동에 주택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정오의 봄 햇볕이 연한 황토빛 흙 위에 따사로이 내려앉아 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늘 산책을 나온다는 할머니들은 정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높지 않았으면 좋았을 건데 하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도심산책)20150422반송공원3_정상에서바라보는주택가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봉곡동 주택단지.

공원 구릉의 정상은 편백길의 시점에서 450미터 떨어진 곳이며 종점까지 810미터를 남겨놓은 지점이다. 이제부터 하산길이 시작된다. 그렇게 경사진 길은 아니다. 터벅터벅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길은 밤나무 숲을 지난다. 어느 정도 걸어내려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봉곡동쪽이며 왼쪽 길은 럭키아파트 방면이다.

공원을 한바퀴 돌아볼 요량이면 왼쪽 길로 내려가야 한다. 통나무로 지탱해놓은 계단들을 또 만난다. 얼마 걷지 않아 아파트 한 면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숲을 벗어난 것이다. 럭키아파트 뒤편에 아이들의 놀이시설과 작은 운동장이 갖춰져 있어 주민들이 즐겨 이용할 것 같다.
(도심산책)20150422반송공원4_산책로럭키아파트 뒤편 소나무와 영산홍이 잘 조성된 산책길.

(도심산책)20150422반송공원5_가로수건강길가로수 터널로 시작되는 건강길 초입부.

지금까지 이어진 편백길이 자연 속의 길이라면 이제부턴 인공의 길이다. 바닥에 탄성바닥재를 깔았다. 분홍과 붉은색의 영산홍이 길가에 도열해 산책꾼들을 반긴다. 공원 주변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강아지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함께 산책을 즐긴다. 많은 사람들을 접해서 그런지 낯선 사람에게도 전혀 경계심이 없다.
(도심산책)20150422반송공원6_산책하는견공산책을 즐기는 견공.

건강길 시작점에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오른쪽에 자그마하게 조성된 녹차밭이 있다. 잎을 하나 떼어 코에 가져다 대면 녹차향인지 동백잎 향인지 모를 향기가 콧속으로 흘러들어온다. 건강길 시작점에서 600미터 정도 걸으면, 길의 중간지점이 되는데, 또 이정표를 만난다.

바로 경사진 위쪽으로 오르면 반송공원 정상(240m)이고 반대쪽으로 4분 걸어가면 반송초등학교가 나온다. 현대아이파크도 여기서 250m 정도로 4분이면 닿는다.

현대아이파크 뒤편엔 다양한 시민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음용수대를 비롯하여 정자, 그늘밴치, 족구장, 지압보드, 유격훈련장에나 있을 법한 놀이시설이 붉은 탄성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도심산책)20150422반송공원5_지압보도현대아이파크 뒤편 지압보드 시설.

(도심산책)20150422반송공원8_어치숲에서 어치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쓰러진 나무기둥에 앉았다.

이제 건강길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키큰 가로등이 길을 따라 비추고 있어 야간에도 이 산책길은 주민들에게 인기 있을 것 같다. 산새들의 지저귐이 정겹다. 어치 한 마리가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겨 날아 앉더니 쓰러진 나무 기둥에 내려앉았다. 자그마한 게 귀엽다. 걸음을 다시 길을 따라 옮기다 보면 까치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듯 길가에 내려앉아 총총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거동을 하지 않는 이정표 시계. 편백길 종점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반송공원 편백길과 건강길을 따라 걸으면서 곳곳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월아, 네월아 하는 마음으로 걸어서인지 2시간이 족히 걸렸다. 딴짓하지 않고 건강 걸음으로 부지런히 걷는다면 1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몰라도 숲속의 공기가 도심 가운데 있는 공원임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주말이면 떨어진 동네 주민들이라도 한 번씩 찾아와 편백의 피톤치드를 맡으며 ‘힐링’해보면 그 아니좋을까 싶다.

(도심산책)주택가 둘러싼 도심공원서 ‘힐링’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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